醫之為學 。 自神聖工巧之外無餘說 。 今人往往遺其三而主其一 。 一者何 。 切而知之謂之巧也 。 然亦曷嘗真見其所謂巧者 。 特竊是名以欺世耳 。 間有以活人自任者 。 又弊於醫書之委壓 。 惑於議論之紛紜 。 無所折衷 。 每得其粗而不得其精 。 余自弱冠有志於此 。 常即此與舉業並攻 。 迨夫年將知命 。 謝絕場屋 。 盡屏科目之累 。 專心醫道 。 取靈樞 、 素問 、 太素 、 甲乙 、 難經 。 及諸家方書脈書 。 參考互觀 。 求其言之明白易曉 。 余嘗用之而驗者 。 分門纂類 。 裒為一集 。 名曰察病指南 。 其間如定四季六臟平脈 。 與夫七表八里之主病 。 分見於兩手三部者 。 亦本於聖賢之遺論 。 特推而廣之 。 觸類而補之 。 其他言之未甚昭著者 。 則附以己意發明之 。 蓋將以貽諸子孫 。 非敢求人之知也 。 年來疫癘盛行 。 病者不幸而招醫 。 多見以陽病服桂附者 。 悉殞於非命 。 豈惟不知脈 。 並於證而不知 。 籲何慘哉 。 或者不察 。 乃曰吾取醫之運耳 。 奚暇問其學之精否 。 殊不知恃運以言醫 。 雖幸而或中 。 而所喪亦多 。 求其萬舉萬全者難矣 。 此余所以不敢自私 。 欲鋟梓以廣其傳 。 庶幾與同志者共云 。
의학이라는 학문은 신·성·공·교 외에는 남은 설명이 없다. 지금 사람들은 흔히 그 셋을 버리고 하나만 주로 삼는다. 하나란 무엇인가? 맥을 짚어서 아는 것을 교라고 한다. 그러나 또한 어찌 일찍이 이른바 교라는 것을 참으로 보았겠는가? 다만 이 이름을 훔쳐 세상을 속일 뿐이다. 간혹 사람을 살리는 일을 자기 임무로 삼는 이가 있으나, 또 의서가 쌓여 눌리는 폐단에 빠지고 의론이 분분한 데 미혹되어 절충할 바가 없으므로 매번 거친 것은 얻되 정밀한 것은 얻지 못한다. 나는 약관 때부터 여기에 뜻을 두어 늘 이것과 과거 공부를 함께 익혔다. 나이가 장차 지명에 이르러 과장을 사절하고 과거의 얽매임을 모두 물리친 뒤 의도에 전념하였다. 《영추》·《소문》·《태소》·《갑을》·《난경》 및 여러 의가의 방서와 맥서를 취하여 서로 참고하고 비교해 보면서, 말이 명백하여 쉽게 알 수 있고 내가 써서 효험을 본 것을 찾아 문을 나누고 종류별로 모아 한 책으로 엮어 《찰병지남》이라 이름하였다. 그중 사계절 육장의 평맥을 정한 것과 칠표·팔리가 주관하는 병이 두 손의 삼부에 나뉘어 나타나는 것 같은 것도 성현이 남긴 논의에 근본하여 특별히 미루어 넓히고 같은 부류에 따라 보충한 것이다. 그 밖에 말이 그다지 분명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뜻을 덧붙여 밝혀 놓았다. 이는 장차 자손에게 남겨 주려는 것이지 감히 남이 알아주기를 구한 것이 아니다. 근래 역려가 성행하여 병자가 불행히도 의사를 불렀다가 양병에 계지·부자를 복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모두 제명에 죽지 못하였다. 어찌 맥을 알지 못할 뿐이겠는가? 증조차 알지 못한 것이다. 아, 얼마나 참혹한가! 어떤 이는 살피지 않고 이에 ‘나는 의사의 운을 취할 뿐이니, 어찌 그 학문이 정밀한지 물을 겨를이 있겠는가?’라고 한다. 운을 믿고 의술을 말하면 비록 요행히 맞는 경우가 있어도 잃는 것이 또한 많아, 만 번 행하여 만 번 온전하기를 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감히 혼자 간직하지 못하고 판목에 새겨 그 전함을 넓혀,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