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는 사람에게 처음에는 큰 이익이 없으나, 진음이 그것을 훈증하고 폐가 치절을 내며 방광이 기화를 통하게 하여 마침내 원기가 된다. 그러므로 기라는 것은 신·명문·포궁에 뿌리를 두고 심·폐·비·위·삼초 사이에 통할 뿐이다. 입술과 이로 가면 진이 되고 피모에 이르면 땀이 되며, 온몸은 이로써 모두 생생하는 기운을 지니므로 온화해진다. 원기가 충족되면 남은 수를 북돋아 일으켜 상화와 사귀게 하여 정을 만든다. 정이 가득 차면 독맥을 따라 위로 가서 뇌가 되고 뼛속을 채우면 수가 되니, 이에 뼈가 강해져 설 수 있게 된다.
정은 양에 속하여 하늘의 기에 근본하니 체는 움직이고 용은 고요하므로 뇌수가 편안히 머물러 옮겨 가지 않는다. 혈은 음에 속하여 땅의 기에 근본하니 체는 고요하고 용은 움직이므로 맥수에서 운행하여 쉬지 않는다. 정혈과 음양을 통솔하는 것은 기이다. 그러므로 정을 정기라 하고 혈을 혈기라 한다.
이 책에서 혈을 말하고 정을 말하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기를 보하고 울체를 풀며 정을 채우고 수를 더하는 법은 각 증후에 흩어져 나온다. 여자는 음에 속하고 혈을 근본으로 삼으므로 그 병이 혈에 많이 나타나며, 정의 병은 탁증 한 가지뿐이다. 옛사람이 탁을 대라 한 것은 잘못이다. 대가 내려올 때에는 스스로 느끼지 못하며 죽게 하지 않지만, 탁이 내려오면 스스로 느끼며 그치지 않으면 원기가 없어져 죽는다. 그러므로 끝에 덧붙여 적어 실혈에 견준다.
죽천생이 말한다. 위에서 논한 혈어와 혈고는 허하거나 실하고 보해야 하거나 공해야 하므로 모두 양쪽을 서로 대조하였다. 이 권에 열거한 것은 네 종류이지만 모두 실혈의 증후이므로, 보하고 수렴하면서 통하게 하는 것을 조금 겸하여 다스려야 한다. 다만 삐거나 넘어지는 한 증후는 붕과 비슷하지만 붕이 아니므로 어혈을 맑혀야 하니, 실로 이 권의 손님이다. 오대는 따로 한 권을 이루지만 그 뜻은 실제로 조경에 붙어 있다. 조혈문은 조경의 도와 서로 표리가 되어 밝히므로 그 뜻이 직접 조경에 이어진다. 하권에서 논한 혈증은 또 이 권에 덧붙은 것이다. 이 권 끝에 탁증 한 조목을 붙인 까닭은 앞의 설명에서 말하였다.
血崩始見經多第一
혈붕이 처음 경수과다로 나타남 제1
(〔批〕血崩第一條即從經水而來 , 見得經血兩者雖不相同 , 實有唇齒相依之義 。 )
(〔비평〕 혈붕의 첫째 조목을 곧 경수에서 시작한 것은, 경과 혈이 비록 같지는 않더라도 실제로 입술과 이처럼 서로 의지하는 뜻이 있음을 보인 것이다.)
경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심지어 다시 행하는 것은 혈이 경으로 돌아가지 못하여 천계를 따라 밖으로 넘치는 것이다. 그 사람은 반드시 울모하고 목이 마르며 허리가 아프고 피곤하며 대변을 보기 어렵고, 맥이 산대부삭하게 나타난다. 앞의 조경문에 있는 경수가 다시 오는 두 가지 법에 따라 다스린다.
혈붕에는 순전히 기허로 인한 경우가 있다. 피는 선홍색이고 혹 덩어리가 맺혀 연달아 나오며, 맥이 규하고 호흡이 급하며 몸은 마르지 않고 얼굴빛이 희다. (〔비평〕 실혈한 사람은 진액이 갑자기 말라 얼굴빛이 푸른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희므로, 망양하고 기가 허함을 안다.) 평소 변비가 있으나 때때로 오리똥처럼 무른 변을 보고 심지어 곡식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나오며 손발 끝이 늘 차다. 치료는 오로지 비양에 책임을 물어 명화를 보하고 혈을 이끌어 경으로 돌아가게 한다.
부인이 성교할 때마다 반드시 피가 매우 많이 나오는 것은 혈해가 너무 뜨거운 것이다. 충맥은 양명에 붙어 아래로 혈해와 통한다. 혈해가 너무 뜨거우면 그 혈은 본래 충맥을 따라 위로 올라가 토혈·코피·구혈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아래의 관문이 견고하지 못하여 화세가 혈이 아래로 따르는 성질을 탄다. (〔비평〕 혈은 수의 바탕이어서 그 성질이 아래로 따른다.) 허한 데를 뚫고 틈을 공격하여 밖으로 새므로 붕이 된다. 또 장화가 기를 먹으므로 원기가 쇠모하여 혈을 거두지 못한다. 방사를 삼가더라도 혈이 경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오래되어 반드시 토혈·코피와 혈궐의 병이 된다. 대법을 마련한다. (〔비평〕 이 증후는 기탈에는 이르지 않으므로 황기·백출을 쓰지 않는다. 오미자와 감초는 보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산미와 감미로 음을 화생시키려는 뜻이다.)
앞 약을 몇 제 복용하여 척맥이 안정되면 기혈을 보하는 약품을 주고 화혈하는 약으로 보좌해야 한다. 실혈한 사람은 기가 반드시 허하고 충임맥이 상하였으며 다시 서늘한 약제를 복용하였으므로 엉길 염려가 있다. 그러나 반드시 백 일 동안 성교를 삼가야 한다. (〔비평〕 앞 처방은 구급이고 이 처방은 사후 조리이다. 기를 보하지 않으면 혈을 만들 수 없고 혈을 보하지 않으면 화를 기를 수 없어 반드시 발작하게 된다. 여기에 화혈까지 겸하니 그 뜻이 크게 갖추어졌다.)
(〔비평〕 부청주의 원문을 조금 다듬고 줄였다. 유(逾)가 말한다. 이것은 위 조목의 증후와 비슷하지만, 혈해의 열이 심하면 위액이 반드시 소모되어 갈증이 나고 척맥이 반드시 홍삭한데 이 증후에는 그것이 없다. 다만 혈관에 묵은 정이 있으므로 은은히 아파야 한다. 혈관이 아프지 않으면 그 잘못을 묻지 않고는 억측하여 단정할 수 없다. 심지어 막힌 경우에는 행경약을 복용하면 혈관이 크게 아프고 찰기장이나 녹두만 한 어혈 덩어리가 나오니, 상권 혈어 제9조목에서 논한 것과 같다. 이 경우에도 여기에 황백을 중하게 더하여 복용해야 한다.)
부인이 교합할 때마다 피가 흘러 멎지 않는 것은 비록 혈붕만큼 심하지 않더라도 오래 낫지 않으면 기혈이 소모되어 혈고에 이를 염려가 있다. 이 증후는 월경 중에 교합하여 정이 혈관을 충격한 데서 비롯된다. 경수는 나오려 하는데 정이 거슬러 쏘아 들어가면 서로 감싸 혈관에 정체된다. 교접할 때 음기가 감응하여 묵은 정은 나오려 하나 나오지 못하고, 경혈이 도리어 자극받아 나오는 것이다. 인정지혈탕을 쓴다. 죽천생이 말한다. 이는 부씨의 원래 논의로, 내가 조금 줄이고 다듬었으며 그 뜻은 지극히 정밀하다. 정과 혈이 서로 감싸 혈관에 붙으면 곧 막혀 통하지 않아 혈어가 혈고로 되는 증후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다만 그 정이 적은 것이 다행이다.
방론에서는 네 제면 낫고 열 제면 혈관의 상처가 완쾌된다고 하였다. 처방에서 인삼·백출로 기를 보하고 숙지·유육으로 정을 보하니, 정기가 충족하면 혈관이 유통한다. 또 복령·차전자로 구멍을 통하게 하고, 황백으로 혈관에 곧장 들어가 묵은 정을 없애며, 개수로 패혈을 없애고, 흑강으로 혈관의 입구를 막는다. 굽이마다 조절하여 그 묘함을 다하였으므로 오래된 병을 다스릴 수 있다. 그래도 반드시 석 달 동안 성욕을 삼가야 뒤에 걱정이 없다. 이 처방은 세밀하게 맞아떨어져 참으로 바꿀 수 없다.
이는 온보하는 처방이다. 태가 나온 뒤에도 어혈 덩어리가 있으면, 열이 없는 경우 천궁·도인니를 더하고 열이 있는 경우 귀판·단피를 더한다. 어혈은 없고 오심열과 골증이 있으면 숙지를 생지로 바꾸고 산유를 금앵자로 바꾸며 지골피를 더한다. 간양이 위로 거슬러 양 옆구리가 찌르듯 아프면 백작·결명·연호색을 더한다.
부인이 칠칠, 곧 마흔아홉 살의 경수가 끊기는 나이를 넘어서도 쾌락을 탐하고 방탕하게 교접하면 혈실이 크게 열려 붕결이 생긴다. 혹 과부에게 신이 기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기가 혈실을 충격하여도 모두 붕증이 되며 치료법도 같다. (〔비평〕 쉰이나 예순 살에 경수가 갑자기 다시 행하는 것도 붕으로 나아가는 조짐이니 이 처방으로 주치한다. 혹 흑개수를 더하여 혈을 이끌어 경으로 돌아가게 해도 모두 마땅하다.)
출산 직전에 교합하여 방로하거나 산후 보름에 방사를 삼가지 않거나, 중기가 본래 허하여 혈을 거두지 못하면 모두 붕증이 생긴다. 여기에 땀이 많고 숨이 짧으며 형체가 탈하고 맥이 끊어지면 위후이다. 죽는 사람이 열에 여덟아홉이니 급히 독삼탕을 주며, 기가 회복되는 경우는 다스릴 수 있다.
넘어지거나 맞아 손상되어 피를 뱉거나 토하는 경우에는 모두 이 법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 구혈하는 것은 혈이 위에 모인 것이므로 천박을 더해야 한다. 이 증후에서 처음에는 덩어리와 통증이 있었으나 뒤에 덩어리가 사라지고 통증이 없어졌으며 나오는 피가 붉고 자색이 아니면, 이는 삐거나 넘어진 탓에 혈이 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므로 붕으로 다스려야 한다. 혹 본래 붕하하려던 차에 조금 삐거나 넘어져 충격으로 갑자기 쏟아진 것도 붕으로 논한다. 구별은 피의 색과 덩어리·통증에 있다.
부인이 혈뇨를 보는데 때로 혈이 맑고 투명하다. (〔비평〕 때로 맑고 투명하여 피가 없으므로 단지 간열에만 속하지 않음을 안다. 그 사람이 쉽게 번민하고 노하며 괴로워하고 마르고 갈증이 나며 맥이 유삭하면 용담사간탕을 준다. 효과가 없으면 실혈로 논하여 보하고 조화시키며 혈을 이끌어 경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부인의 경수가 평소 때맞춰 나오는데 월경 전후 며칠 사이 갑자기 선홍색 피를 매우 많이 설사하는 것도 혈이 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붕의 부류이다. (〔비평〕 이는 실혈에 속하며 경수가 가로질러 대장으로 곁흐르는 것과 다르다. 경수의 방류는 익숙해져 평소 상태가 되고 사람이 크게 지치지 않는다.) 피를 설사한 뒤에는 반드시 매우 지치며 혹 숨이 짧아지기에 이른다. 대법을 마련한다.
炙當歸 川芎 甘草 赤石脂 粟殼 生潞黨 白芍 芥穗 地榆炭 紅曲
자당귀, 천궁, 감초, 적석지, 속각, 생노당, 백작, 개수, 지유탄, 홍국.
氣促者 , 另服遼人參 ; 肝逆 , 加煅牡蠣 ; 腹痛 , 加延胡索 。
호흡이 급하면 요인삼을 따로 복용한다. 간이 거스르면 단모려를 더하고, 배가 아프면 연호색을 더한다.
부인의 경수가 때맞춰 나오는데(〔비평〕 월사가 때맞춰 나오므로 도경이 아님을 안다. 역기를 내리고 열을 맑히는 것은 같더라도, 하나는 행어를 겸해야 하고 하나는 허함을 보해야 하므로 아주 다르다) 갑자기 피를 토하거나 심지어 솟구쳐 나오며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지치는 것은, 간이 급박하고 충기가 거슬러 혈이 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실혈로 논해야 하니 대법을 마련한다.
부인의 경과 대는 모두 충맥·임맥·대맥 세 맥의 혈관을 따라 내려오며, 막 내려올 때 어체된 장애가 없으면 처음에는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 탁증은 남자의 유정과 다르지 않아 정규로 나오며 스스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정을 의사에게 알리려 해도 말할 수 없으므로 아무도 구별하지 못한다. 내가 어릴 때 친족 가운데 이를 앓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경수가 막히지 않았고 의사가 대하로 다스려도 효과가 없어 두세 달 만에 마침내 죽었다. 대에는 죽는 우환이 없는데 하물며 월사가 통하는 경우이겠는가? 그러나 환자가 스스로 말할 수 없으면 어떻게 구별하는가? 마음을 성실히 하여 구하면 맞지 않더라도 멀지 않다고 하였다. 다만 나오려 할 때 스스로 느끼는지 묻고, 다른 병이 없는데 늘 울모하며 맥이 부규하면 탁이지 대증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는 허한으로 정이 미끄러져 나오는 것이니 뜬 화가 있어도 따지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