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은 그렇지 않다. 안으로 오장육부, 밖으로 기육과 피모, 사지와 구규와 온몸이 모두 그것에 의지하여 윤택해지고 그것을 얻어 영화로워진다. 심을 기르지 못하면 정충이 생기고, 간을 기르지 못하면 궐역이 생기며, 피모를 기르지 못하면 비늘처럼 거칠어지고 말라 떨어지고, 근락을 기르지 못하면 마비되고 당겨 들린다. 이것을 어찌 몸에 이익 없는 폐물인 경수와 같은 날에 논할 수 있겠는가!
그 까닭에 통달하면 경수를 다스릴 때에는 통하게 함은 있어도 보함은 없으며, 혈을 다스릴 때에도 어결한 것이 아니라면 가벼이 깨뜨려 소모시켜서는 안 됨을 안다. 그러므로 경수에 보하려 하는 경우는 망혈이 아니면 혈고이고, 혈을 깨뜨려야 하는 경우는 경폐가 아니면 혈어이다.
그렇더라도 혈의 이익은 참으로 작지 않지만 해로움도 매우 크다. 선현이 말하기를, 어혈 없이는 노병이 되지 않으며 전시노채의 충이 영묘한 것과 통하는 것도 어혈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혈을 다스릴 때에는 가벼이 깨뜨려서도 안 되지만 보하는 데만 치우쳐서도 안 되므로 조혈이라 한다.
조혈의 정밀한 뜻을 알려면 반드시 먼저 혈맥이 다니는 길을 밝혀야 한다. 오장에는 모두 계가 있고, 계 외에도 장부에는 모두 지막이 있어 서로 이어져 속하며 그 모양은 솜실이나 실그물 같다. 『경』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심맥은 소장에 낙하고 폐로 올라가 겨드랑이로 나간다. 심포맥은 횡격막 아래로 내려가 삼초를 지나 겨드랑이로 나간다. 간맥은 음기와 아랫배를 지나 담에 낙하고 위를 끼고 올라가 목계를 지나 머리 꼭대기에서 독맥과 만난다. 비맥은 위에 낙하고 인두를 끼고 혀뿌리에 이어진다. 폐맥은 위완을 따라 겨드랑이로 나간다. 신맥은 척추를 관통하고 방광에 낙하며 위로 인두를 따라 혀를 끼고, 가지는 심에 낙한다. 소장맥은 심에 낙하고 횡격막 아래로 내려가 위를 둘러싼다. 삼초맥은 전중에 퍼지고 심포에 낙하며 횡격막 아래로 내려간다. 담맥은 옆구리 안을 따라 간에 낙한다. 위맥은 입술을 둘러 목구멍을 따라 횡격막 아래로 내려가 비에 낙하고 아래로 배꼽을 낀다. 대장맥은 횡격막을 뚫고 폐에 낙한다. 방광맥은 척추를 끼고 허리에 들어가 신에 낙하며 넓적다리 바깥으로 나온다. 이것이 곧 지막이며 삼초의 유막과 모두 이어져 속한다. 삼초의 유막에서 무수한 지막이 생겨 근골·기육·관절로 나뉘어 달려 온몸에 두루 미친다. 혈관은 그 가운데 있어 장부에서 삼초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온몸에 도달하며, 가지와 줄기가 엇갈려 이어져 끊이지 않는다. 혈이 관 속을 다니며 기를 따라 움직이니 이것이 동맥이다. 그러므로 맥락이라고도 하고 수도라고도 하며, 통틀어 혈맥 또는 혈락이라 한다. 이를 밝히면 조혈의 도는 언제나 충족하여 부족함이 없고 두루 흘러 쉬지 않게 하는 것을 큰 종지로 삼음을 알게 된다.
경수와 혈맥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치료가 꽤 같은 것은 어째서인가? 정·혈·경수가 모두 신중의 천일지수가 변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으로, 혈로, 경수로 변화하는 것은 모두 군화와 상화 두 화의 힘에 의지하므로, 수와 화가 허하면 정·혈·경수 세 가지가 모두 허하다. 이들은 본래 아버지는 같고 어머니는 다르며 흐름은 달라도 근원은 같은 것이므로, 치료가 같은 경우는 전혀 다르지 않고 치료가 다른 경우는 전혀 같지 않다.
죽천생이 말한다. 혈맥이 고르지 않으면 작게는 늘 혈병의 여러 증상을 앓고 크게는 마침내 노채가 된다. 남자도 그런데 부인은 더욱 심하니, 간을 선천으로 삼고 음도는 혈을 근본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혈의 뜻을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여과서를 차례로 논하면서 경과 대 뒤에 조혈 한 문을 두었다.
부인의 경수가 행하지 않고 아랫배에 크거나 작은 덩어리가 있으며 아프거나 아프지 않은 경우가 있고, 경수가 때맞춰 행하여 장애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는 혈이 포궁에 쌓인 것이지 경수가 덩어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경수 속의 덩어리도 어혈에 속하지만 담음과 부패한 정을 끼고 덩어리가 된 경우도 있다. 허한한 사람의 아랫배에 어혈 덩어리가 있으면 온통(溫痛)으로 다스려야 하며, 울열이 있으면 귀판·단피·백작 등을 더한다.
양기가 허하여 새고 한이 기표에 붙어 혈맥이 어체되고 온몸이 마비되어 감각이 없는 것은 혈비이다. 부귀하고 존귀하며 편안히 즐기는 사람에게 많이 생긴다. 그 사람은 뼈가 약하고 몸이 풍만하며 맥이 미삽하고 척중이나 관상의 맥이 조금 긴하다. 치료를 놓치면 맥수가 원활하지 못하여 점점 노채가 된다. 그러므로 중경은 『금궤』에서 허로와 합하여 논하고 황기계지오물탕으로 주치하였으니, 참으로 바꿀 수 없는 성방이다. (〔비평〕 성방을 전혀 가감하지 않았으므로 분량을 적었으나 모두 3분의 1이다. 살펴보면 계지·황기·작약은 원래 각각 3냥으로 지금의 7돈 5푼에 해당하고, 생강은 원래 6냥으로 지금의 1냥 5돈에 해당하며, 대조는 원래 열두 개이다.)
죽천생이 말한다. 성인이 만든 처방은 지극히 아름답고 또 지극히 좋다. 황기는 기를 돕고 대조는 비음을 자양하여 혈을 돕는다. 계지와 작약은 영위를 나누어 조절한다고 하지만 모두 행혈에 뛰어나다. 생강을 중하게 쓰는 것은 경을 따뜻하게 하여 한을 흩고 매운맛으로 통하게 하여 빨리 운행시키는 데 오롯이 그 힘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중경이 말하였다. 환자가 가슴이 그득하고 입술이 위약하며 혀가 푸르고 입이 마르며, 물로 입을 헹구려 하기만 하고 삼키려 하지 않으며, 한열은 없고 맥은 조금 크며 오는 것이 느리고, 배는 그득하지 않은데 스스로 그득하다고 말하면 어혈이 있는 것이다. 이는 한으로 어체된 것이나 어체가 아직 심하지 않은 것이다. 중경은 치료 처방을 세우지 않았으니, 다만 통하게 해야 하고 한 처방에 구애되지 않으므로 생략한 것이다. 대법을 마련해 본다.
중경이 말하였다. 환자가 열이 있는 듯한 모습이고 답답하고 그득하며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나는데 맥에는 도리어 열이 없으면, 이는 음복으로 어혈이니 하법을 써야 한다. 나는 이를 해석하여 말한다. 발열하지 않으므로 외감이 아님을 알고, 혈이 어체되어 심을 기르지 못하므로 번하며, 충임과 위맥의 기를 막으므로 그득하다. 입이 마르고 갈증이 있으므로 어체된 곳이 충임임을 알며, 위기가 그 때문에 화를 일으켜 위로 타오른다. 맥에 홍삭한 상이 없으므로 오래된 어체로 기가 울체되고 열이 음분에 잠복한 것임을 안다. 하법을 쓰라고 하면서 처방을 내지 않은 것은 경우에 따라 적절히 정하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번이 심하고 가슴속이 막히고 아프면 사심탕에 당귀·천궁·생강·백작을 더하여 다스린다.
부인이나 미혼 여성이 혈기가 어체되어 경폐가 되었는데 맥은 도리어 활삭하게 나타나는 경우, 삭하면 열이 있는 것이고 활하면 유여한 것이다. 비록 토혈·코피 등의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경맥이 거꾸로 도는 데 속하므로, 역기를 내리고 어혈을 통하게 다스려야 한다. 진씨는 경맥이 거꾸로 돌면 『금궤』 맥문동탕에 우슬·천초 등을 더하여 써야 한다고 하였다.
부인 가운데 어혈이 맥수에 맺혀 막힌 탓에 오래되어 혈고증이 되고 노채가 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경행이 원활하지 않고 심지어 찌르듯 아프다가 그로 인해 경수가 끊기는 경우가 있고, 혹 경수가 먼저 끊기고 소변은 잘 나오지만 소변 볼 때나 본 뒤 혈관이 임통처럼 아픈 경우도 있다. 맥은 허대유삽하지 않고 도리어 활삭한 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가 많은데 의사가 잘못 다스려 이수하고 사화하는 약제만 주면, 오래 끌어 하나의 수와 두 화가 모두 끊어지므로 그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이 증후에 선천적으로 받은 기가 두텁고 잘못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면 중경의 대황자충환을 준다.
꿀로 환을 만들어 술로 복용한다. 죽천생이 말한다. 공복에 식전에 복용해야 한다. 당용천의 방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환은 건혈로를 다스린다. 묵은 혈이 없어지지 않으면 새 혈은 결코 생길 수 없다. 건혈로가 극도로 허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두 알지만, 그 허함을 보하는 것이 단지 병을 돕는 것임은 알지 못한다. 반드시 건혈을 없앤 뒤에야 새 혈이 생겨 회복을 바랄 수 있다. 건혈은 보통 어혈과 달라, 어혈은 기로 움직일 수 있지만 건혈은 기와 떨어져 있으므로 혈을 깨무는 여러 충으로 갉아먹게 한다.
其先天不足 , 或已治逆者 , 服大黃䗪蟲丸後 , 隔一時許 , 接服新制龜鹿補血膠 。
선천이 부족하거나 이미 잘못된 치료를 받은 사람은 대황자충환을 복용한 뒤 한 시진쯤 간격을 두고 이어 신제귀록보혈교를 복용한다.
혈이 어체되어 징가가 되고 곧이어 경폐가 되어 마르는 것은 혈이 마르려 하여 먼저 어체된 것이지, 어체 때문에 마른 것이 아니다. 다만 경수가 끊기기 전에 나온 것 가운데 찰기장이나 녹두만 한 어혈 덩어리가 없었는지 물어보아, 없었으면 순허로 논한다. 어째서인가? 어혈 덩어리가 모두 녹두보다 작고 나올 때 극도로 아픈 것은 맥수의 어혈이 혈관에 맺혀 새 혈의 생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가장 큰 해가 되니, 그 사람이 극도로 허하더라도 급히 깨뜨려야 한다. 지금 이 증후가 없다면 예전에 어혈 덩어리가 있었고 현재 징가가 있더라도 모두 두고 논하지 말며, 다만 마른 것을 보한다. 혈액이 생기면 어체된 것은 저절로 풀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천천히 다스리면 해가 되지 않는다. 먼저 공하면 사람에게 이익이 없고 허한 것이 도리어 더욱 손상된다. 그러므로 귀비탕에 녹용·아교·맥동 같은 것을 쓰되, 조경문 중 경수가 두 달에 한 번 오는 제6조목의 법과 같이 다스릴 뿐이다. 간이 울체되어 거스르면 소요산을 함께 복용하되 백출·시호를 빼고 패모·죽여·석결명 등을 더한다.
(〔비평〕 위 조목은 이름이 혈어이나 실제로는 혈고이고, 이 조목은 이름이 혈고이나 실제로는 경폐이다. 서로 비교하고 교차하여 종합해서 정밀하게 구별하여 치료해야 하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래 조목도 같다. 경폐는 실로 분별하기 쉽지 않아 흔히 오치로 죽음에 이르게 하므로 거듭 말하여 혈고문의 첫머리에 두었다.)
유가언이 말하였다. 어떤 미혼 여성이 경폐가 일 년 남짓 되고 발열하며 적게 먹고 살이 빠지며 땀이 많아 찜통의 증기 물처럼 땀이 났다. 의사가 혈고에 속한다고 하여 보제를 주자 혈이 더욱 말랐다. 이는 경혈이 안에 막혀 땀으로 변화하여 밖으로 새는 것이다. 만약 땀도 없고 혈도 흐르지 않으면 근골과 피모가 모두 마르고 시들어 죽는다. 지극히 쓴 약으로 혈을 안으로 거두고 아래로 충맥을 통하게 해야 열이 물러나고 경수가 행하며 땀이 저절로 그친다. 용회환을 주어 하루 세 번 복용하였다.
부인의 경수가 끊겨 통경약을 주어도 효과가 없고 도리어 설사와 혈변이 생기며, 사신환·육군자탕·팔미환 등을 투여하면 설사가 더욱 심해지고 적게 먹으며 뼈만 남도록 마르는 것은 혈고하여 혈이 경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혈이 아직 다 마르지 않고 양기가 탈하지 않았으면 다스리기 쉽다. 가감황토탕에 녹용을 군약으로 삼아 다스린다.
진수원이 말하였다. 『내경』에서 이양의 병은 심비에서 발하고 은곡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있어 여자가 월경하지 않으며, 전하여 풍소가 되고 전하여 식분이 되면 죽어 치료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마원대는 다음과 같이 주석하였다. 이양은 족양명위로, 창름의 관이며 수곡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관한다. 그런데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이는 심비에서 발한 것이다. 바로 은곡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있어 심에 울체되므로 혈을 만들어 비를 기르지 못하고, 비도 사려에 상하여 운화의 직분을 잃으므로 위도 따라서 수곡을 받아들이지 않아 혈맥이 마르고 경수가 마침내 끊기는 것이다. (〔비평〕 이 대목에는 내 뜻을 조금 참작하였다.) 나는 귀비탕에 생녹용과 연심맥동을 중하게 더하여 스무 제 남짓 복용하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체가 심하면 작약·시호를 더한다. (〔비평〕 진씨는 한 병의 한 치료법을 두 처방으로 나누었으나 나는 합하였다. 귀비탕은 앞에 나왔으므로 나열하지 않는다.)
식분은 가쁜 숨이 위로 치달아 기가 탈하려는 것이다. (〔비평〕 기가 탈하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8~9지의 맥이 나타나며 나는 직접 본 적이 있다.) 진씨가 위기가 위로 거스르는 것이라 하여 맥동탕을 준다고 한 것은 크게 잘못이다. 『경』에서는 치료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부득이 구원탕을 마련한다.
복용하여 기가 조금 평정되면 죽지 않는다. 호흡이 평정되면 녹용맥동귀비탕으로 바꾸어 복용하되 용골·오미를 더한다. (〔비평〕 이 처방은 원기를 수렴하고 보하여 신으로 받아 돌아가게 한다. 복용하여 호흡이 평정되면 기가 아직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증후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백에 하나일 뿐이며, 며칠을 넘기지 못한다. 선천이 부족한 사람은 하루 이틀 만에 곧 죽는다.
『금궤』의 당귀생강양육탕은 산후 어혈통을 다스린다. 이는 다만 기혈의 한체를 움직이면서 보하는 뜻을 조금 겸한 것이다. 뜻이 같지 않으므로 가차라고 한다. 원방은 당귀 3냥과 생강 5냥인데 지금은 거꾸로 하였고 또 자감초를 늘렸으니 보혈에 뜻을 중하게 둔 것이다. 생강을 건강으로 바꾼 것은 지키고 달아나지 않는 뜻을 취한 것으로, 이는 힘이 없는 사람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만약 겨울이라면 아직 마땅하지 않다.
진씨는 맥동·백작 각각 5돈과 자감초 2돈을 더하고, 극도로 허하면 부자 1돈을 더하여 돕는다고 하였다. 살펴보면 혈고증에서 혈을 보하기는 쉽지 않은데 하물며 미혼 여성이겠는가? 본래 혈육의 약품이 아니면 안 되므로, 여전히 녹용 3돈이나 녹각교·귀교 각각 3돈을 더해야 한다.
진수원이 말하였다. 미혼 여성이 경폐되고 간맥이 현하여 촌구와 어제까지 올라오면 약으로 치료할 수 없으니, 급히 남편과 짝지어 주면 낫는다. 혹 가미소요산을 준다. 몸이 늘 추위를 두려워하고 적게 먹으며 배가 불러 오르면 육군자탕으로 보좌하며 건강 등을 더한다. 귀비탕과 팔진탕은 가감하여 번갈아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