痘疹氣虛過服寒涼

乙卯夏在都 , 一日將直圓明園 , 衣冠而出 , 將登車 , 忽一老嫗跪車下 , 自言伊孫病痘甚危 , 聞老爺善醫 , 敢乞一救小孫之命 。 余恐誤公 , 辭以本不善醫 , 痘疹尤所未習 , 使之再覓他醫 , 而嫗涕零如雨 , 揮之終不去 , 叩頭幾見血 , 旁多代為請者 , 無奈 , 急隨之 , 走不數武 , 已至其家 , 蓋右鄰有乳媼 , 日在街望 , 閽人告之也 。 視之 , 乃一男 , 約四五歲 , 見其痘形平板 , 色不紅潤 , 手足發厥 , 且時作瀉 。 法在危險 , 而顆粒分明 , 大小勻稱 , 且日進粥三二碗 。 余曰 : 氣虛不能托送 , 又過服寒涼 , 以致不起 。 問幾日 ? 曰 : 十日矣 。 視所服之方 , 則芩連之屬類多 , 因示以六味回陽飲(方 : 附子炮薑甘草當歸黨參肉桂加胡淑灶心土) , 其家問幾服 ? 曰 , 須二三服乃可 。 隨言隨走 , 連日公忙 , 幾忘其事 。 又一日雨後 , 不能遠出 , 閑到門外 , 前嫗抱兒而至 , 投能作謝 。 余方憶其事 。 戒之曰 , 痘後之風 , 當謹避也 。 嫗遂攜兒而返 。
을묘년 여름 도성에 있을 때 어느 날 원명원으로 숙직하러 가려 하였다. 의관을 갖추고 나가 막 수레에 오르려는데 갑자기 노파 한 사람이 수레 아래에 꿇어앉아 말하였다. “제 손자가 두창을 앓아 매우 위태롭습니다. 나리께서 의술에 능하시다고 듣고 감히 어린 손자의 목숨을 한번 구해 주시길 빕니다.” 나는 공무를 그르칠까 염려하여 본래 의술에 능하지 않고 두진은 더욱 익히지 못하였다며 다른 의사를 찾게 하였다. 그러나 노파는 눈물을 비처럼 흘리고 물리쳐도 끝내 떠나지 않으며 머리를 조아려 거의 피가 보일 정도였다. 곁에서도 대신 청하는 이가 많아 부득이 급히 따라갔다. 몇 걸음 걷지 않아 이미 그 집에 도착하였으니, 오른쪽 이웃의 유모가 날마다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었고 문지기가 알려 주었던 것이다. 보니 사내아이로 네댓 살쯤 되었는데, 두창의 모양은 납작하고 빛깔은 붉고 윤택하지 않으며 손발에 궐이 생기고 때때로 설사하였다. 법으로는 위험하였으나 알갱이가 분명하고 크기가 고르며 또 하루에 죽을 두세 사발 먹었다. 내가 “기가 허하여 받쳐 내보내지 못하고 또 한량한 약을 지나치게 먹어 두창이 솟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며칠 되었느냐고 물으니 열흘이라고 하였다. 복용한 처방을 보니 황금·황련의 부류가 많았으므로 육미회양음(처방: 부자·포강·감초·당귀·당삼·육계에 호숙·조심토를 더한다)을 일러 주었다. 집안에서 몇 번 복용하느냐고 묻기에 두세 번은 복용해야 한다고 하였다. 말하면서 걸어 나와 며칠 공무에 바빠 거의 그 일을 잊었다. 또 어느 날 비 온 뒤 멀리 나가지 못하고 한가히 문밖에 나갔더니 앞의 노파가 아이를 안고 와 투능(投能)하여 감사하였다. 나는 비로소 그 일이 생각나 “두창 뒤의 바람은 삼가 피해야 합니다”라고 경계하였다. 노파는 아이를 데리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