予夙有志方藥 , 少困舉子業 , 未遑也 。 歲癸丑 , 釋褐都下 , 迨丁巳 , 承乏比部 , 意通都大邑 , 良師萃焉 , 聽讞之暇 , 留心諮訪或枚舉一二輩 , 曰 : 是出入於公卿之門者 , 眾皆靡然從之 , 往往不暇考其術業 。 籲 ! 徇名之弊 , 豈特仕道然哉 。 己未歲 , 先君子以腸澼背養 , 聞病不至 , 是抑不審醫之過也 , 使不孝長抱終天之恨焉 。 因自顧拙於宦者與世之拙於醫者 , 安可預人家國事耶 ? 遂絕意進取 , 間取 《 靈 》《 素 》 諸書 , 反覆讀之 , 古奧淵邃 , 莫知端倪 。 友人邵君偉元 , 授予以 《 醫學綱目 》 四十卷 , 曰 : 是書出於蕭山樓全善先生所輯 , 簡而知要 , 繁而有條 , 悉本於 《 靈 》《 素 》, 亦猶律之條例 , 比附不出於禮經也 。 公以禮律佐時 , 獨不能無蹈是乎 ? 因與偉元暨劉君化卿分帙校讐 , 矢志弗措 , 有不合者 , 書繹夜思 , 若將通之 , 凡再逾寒暑而後就梓 。 訛者正 , 缺者補 , 秩然可觀 , 回視舊本 , 若草藁矣 。 此書二百年來幾晦而復明 , 幾廢而復舉 , 寧不有定數存乎 ! 書大要本之陰陽以定其準 , 參之運氣以稽其變 , 則勝復有微其矣 ; 血氣有虛實 , 以立其法 , 考之同異以正其訛 。 是故時至有早晚 , 則民病有徵應矣 ; 氣位有正變 , 則勝復有微甚矣 ; 血氣有虛實 , 則調治有逆從矣 ; 氣味有厚薄 , 則約方有輕重矣 ; 營衛有宣壅 , 則補瀉有疾留矣 。 其說一正於 《 靈 》《 素 》《 甲乙 》, 而參之以仲景 、 東垣諸君子之緒論 。 病必有門 , 門必揭其綱 ; 治必有法 , 法必詳其目 , 鉅細不遺 , 詳略通貫 , 參互眾說 , 而折衷之於經 。 能由此者 , 謹道如法 , 萬舉萬全 ; 不由此者 , 實實虛虛 , 夭人長命 。 故覽其書 , 如大都列肆之中 , 丹砂 、 玉札 、 馬渤 、 牛溲 , 何所不有 , 而其取裁劑量 , 則固存乎人焉耳 。 先生嘗曰 : 病之千變萬化 , 不越陰陽五行 。 又曰 : 氣失其平則為疾 , 醫者意也 , 不過平其氣耳 。 嗚呼 ! 此數言者 , 又為是書之綱領乎 ! 夫不治刑不知造律者之深意 , 不治病不知著書者之苦心 。 先生康濟之心甚盛 , 而幾於無所用者 , 予得而推廣之 , 亦邵 、 劉二君從臾之力也 。 同年趙君宗正 , 實聞而協成之 。 予與宗正同官比部者也 , 疇昔毖刑之意 , 重於殺人 , 抑此書之行為生人計也 , 亦重於殺人之慮也 。 處心積慮 , 有始終同而不異者 , 宜得牽連書之 , 以示後世焉 。
나는 일찍부터 방약에 뜻이 있었으나, 젊어서 과거 공부에 얽매여 겨를이 없었다. 계축년에 처음 벼슬하여 도성에 나아갔고, 정사년에 이르러 비부의 직임을 맡았다. 큰 도회에는 훌륭한 의사가 모일 것이라 생각하여 송사를 심리하는 틈에 마음을 두고 묻고 찾았다. 어떤 이는 한두 사람을 꼽으며 “이들은 공경의 문에 드나드는 사람들입니다”라고 하였고, 사람들은 모두 휩쓸려 따르면서 흔히 그 의술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아! 이름만 따르는 폐단이 어찌 벼슬길에만 그러하겠는가.
기미년에 선친께서 장벽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병환 소식을 듣고도 이르지 못하였으니, 이 또한 의사를 잘 살피지 않은 잘못으로, 불효한 내가 평생토록 한을 품게 되었다. 이에 스스로 돌아보니 벼슬에 서투른 나와 세상에서 의술에 서투른 이들이 어찌 남의 집안과 나라 일에 관여할 수 있겠는가? 마침내 벼슬에 나아갈 뜻을 끊고 틈틈이 《영》·《소》 등의 책을 가져다 되풀이하여 읽었으나, 옛글이 오묘하고 깊어 실마리를 알지 못하였다.
벗 소위원 군이 《의학강목》 사십 권을 나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 책은 소산의 누전선 선생이 편집한 것입니다. 간략하면서도 요점을 알게 하고, 자세하면서도 조리가 있으며, 모두 《영》·《소》에 근본을 두었으니, 법률의 조례를 비추어 적용할 때 예경을 벗어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공은 예와 율로써 세상을 도왔으니, 유독 이 길은 밟아 볼 수 없겠습니까?” 이에 위원 및 유화경 군과 책을 나누어 교감하고, 뜻을 굳혀 그만두지 않았다. 맞지 않는 곳은 글의 뜻을 풀고 밤에 생각하여 통달하려 하였으며, 두 차례 추위와 더위를 넘긴 뒤에야 판각에 들어갔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빠진 것은 보충하니 질서 정연하여 볼 만하였고, 옛 판본을 돌아보니 초고와 같았다. 이 책이 이백 년 동안 거의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고 거의 폐기되었다가 다시 일어났으니, 어찌 정해진 운수가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의 큰 요지는 음양에 근본하여 기준을 정하고, 운기를 참조하여 변화를 살피니 승복에 미기(微其)가 있으며, 혈기의 허실로써 법을 세우고 같고 다름을 고찰하여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기가 이르는 데 이르고 늦음이 있으면 백성의 병에도 징험과 대응이 있고, 기의 위치에 정상과 변이가 있으면 승복에도 미약함과 심함이 있으며, 혈기에 허실이 있으면 조리하고 치료하는 데 역종이 있고, 기미에 후박이 있으면 처방을 정하는 데 경중이 있으며, 영위에 소통과 막힘이 있으면 보사에 빠르게 함과 머물게 함이 있다. 그 학설은 한결같이 《영》·《소》·《갑을》에 바로잡아 두고, 중경과 동원 등 여러 군자의 남긴 논설을 참조하였다. 병에는 반드시 문을 두고 각 문에는 반드시 강령을 드러내며, 치료에는 반드시 법을 두고 각 법에는 반드시 세목을 상세히 하였다. 크고 작은 것을 빠뜨리지 않고 자세함과 간략함이 서로 통하며, 여러 설을 서로 참조하여 경전에 절충하였다. 이를 따르는 사람은 도를 삼가 지키고 법에 맞게 행하여 만 번 시행하여 만 번 온전하게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실한 것을 더욱 실하게 하고 허한 것을 더욱 허하게 하여 사람의 긴 수명을 요절시킨다.
그러므로 그 책을 살펴보면 큰 도성에 늘어선 가게 안에 단사·옥찰·마발·우수 등 없는 것이 없는 것과 같으나, 이를 취사하고 분량을 정하는 일은 본디 사람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선생은 일찍이 “병의 천변만화는 음양오행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였고, 또 “기가 평형을 잃으면 병이 된다. 의란 뜻으로 헤아리는 것이니, 그 기를 고르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아! 이 몇 마디가 또한 이 책의 강령이 아니겠는가! 형벌을 다루지 않으면 법률을 만든 사람의 깊은 뜻을 모르고,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책을 지은 사람의 고심을 모른다. 선생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구제하려는 마음이 매우 성하였으나 거의 쓰이지 못하였는데, 내가 이를 얻어 널리 펴게 된 것 또한 소·유 두 군이 권하고 도운 힘이다. 같은 해 급제한 조종정 군도 실로 이 소식을 듣고 힘을 합하여 이루었다. 나와 종정은 함께 비부에서 벼슬한 사람들이다. 지난날 형벌을 신중히 하려던 뜻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중히 여긴 것이었고, 이 책의 간행으로 사람을 살릴 방도를 꾀함 또한 사람을 죽이게 될까 염려함을 중히 여긴 것이다. 마음을 두고 생각을 쌓아 온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같고 다르지 않으므로, 마땅히 서로 이어 기록하여 후세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