備豫不虞 , 古之善教 , 而不虞之備 , 莫要於醫 。 高堂則風竹瓦霜 , 膝下則新雛弱筍 , 外而戚友 , 中則己身 , 偶有疾苦 , 均資乎醫 , 誠重矣哉 。 顧醫之難也 , 非讀書識字則不能醫 , 非格物窮理則不能醫 , 非通權達變更不能醫 , 一旦攖非常之疾 , 束手無策 , 只得委任凡醫 , 聽其措置 。 為之醫者 , 又復混亂陰陽 , 顛倒寒熱 , 投劑不中 , 至於垂危 。 明哲之士 , 鑑前車 , 思補救 , 奮然求濟於方書 , 而諸書率皆大海茫茫 , 渺無涯涘 , 深則摘要鉤元 , 淺則捕風捉影 , 倉皇檢閱 , 兩俱無益 。 病家既窮於醫 , 又窮於書 , 惟撫膺扼腕 , 白恨其不能醫已耳 。 噫 ! 醫固若是之難能已乎 , 抑亦所見之書 , 有未遽能者乎 ? 夫紀昌之射 , 六年方工 ; 伯牙之琴 , 三年未妙 ; 天下事安有一見而能者哉 ? 顧事之在所緩者 , 不必求諸一見 ; 而事之在所急者 , 要無取乎難能 ; 況不測之來 , 危在頃刻 , 非開卷瞭然之書 , 何以供家俗急時之用 ? 余因感此 , 集為是書 , 即不知醫家 , 臨證查對 , 無不了如指掌 。 且是書也 , 雖非鉤元摘要之微 , 亦匪捉影捕風之陋 , 果能洞書中之言 , 通言外之意 , 將淺者見淺 , 深者見深 , 而吾一見能之 , 裨於世用也 , 詎有涯哉 。
뜻밖의 일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옛사람의 훌륭한 가르침이다. 뜻밖의 일에 대비하는 데 의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부모는 바람 속 대나무와 기와 위 서리 같고, 슬하의 자식은 갓 난 새끼 새와 여린 죽순 같으며, 밖으로는 친척과 벗이 있고 안으로는 자기 몸이 있다. 우연히 병의 고통이 생기면 모두 의술에 의지하니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의술은 어렵다. 책을 읽고 글자를 알지 못하면 의술을 행할 수 없고, 사물을 살펴 이치를 끝까지 궁구하지 않으면 의술을 행할 수 없으며, 권도와 변화에 통달하지 않으면 더욱 의술을 행할 수 없다. 하루아침에 심상치 않은 병에 걸리면 손을 놓은 채 계책이 없어, 그저 평범한 의사에게 맡겨 처치를 따를 수밖에 없다. 치료하는 사람은 또 음양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열을 뒤집어 약제가 맞지 않아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한다.
밝고 지혜로운 선비는 앞선 수레의 잘못을 거울삼아 보완할 길을 생각하고, 분연히 방서에서 구제책을 구한다. 그러나 여러 책은 대체로 큰 바다처럼 아득하여 끝이 없고, 깊은 것은 요점을 추리고 심오한 근원을 찾으며, 얕은 것은 바람과 그림자를 붙잡는 것과 같다. 황급히 찾아보아서는 둘 다 이로움이 없다. 병자의 집은 의사에게도 막히고 책에도 막혀, 가슴을 치고 팔목을 움켜쥐며 의술을 할 수 없음을 백한(白恨)할 뿐이다.
아아! 의술이 참으로 이처럼 능하기 어려운 것인가, 아니면 읽은 책이 곧바로 능하게 해 주지 못한 것인가? 기창의 활쏘기는 6년이 되어서야 능숙해졌고, 백아의 거문고는 3년이 되어도 묘하지 못하였다. 천하의 일에 어찌 한 번 보고 능할 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늦추어도 되는 일은 한 번 보고 능하기를 구할 필요가 없지만, 급한 일은 어려워서 능하기 힘든 것을 취할 수 없다. 하물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닥쳐 위태로움이 잠깐 사이에 달려 있다면, 책을 펴면 분명히 알 수 있는 서적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가정의 급한 때에 쓸 수 있겠는가?
나는 이에 느낀 바가 있어 모아 이 책을 만들었다. 의술을 모르는 집이라도 증에 임해 찾아 대조하면 손바닥을 가리키듯 분명하지 않은 것이 없다. 또 이 책은 심오한 근원과 요점을 찾는 미묘함은 없지만, 그림자와 바람을 붙잡는 비루함도 없다. 과연 책 속의 말을 꿰뚫고 말 밖의 뜻에 통한다면, 얕은 사람은 얕은 것을 보고 깊은 사람은 깊은 것을 볼 것이며, 한 번 보고 능하게 하는 나의 책이 세상의 쓰임을 돕는 데 어찌 끝이 있겠는가?